아내는 76이고나는 80입니다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창문 앞에 우…
[2023-09-12]안데스를 일주하는 사이클 경기콜롬비아의 산길을 오르는 선수들산기슭의 아열대를 지나면 저만치산꼭대기 만년설이 보인다해발 사천오백 미터 산간고원을 달린다산소가 희박한 공기 속가쁜 숨…
[2023-08-22]나는 분명히 모자를 쓰고 있는데 사람들은 알아보지를 못한다그것도 공작 깃털이 달린 것인데 말이다아무려나 나는 모자를 썼다레스토랑으로 밥 먹으러 가서도 모자를 쓰고 먹고극장에서도 …
[2023-08-15]암탉 한 마리와 나 사이에 긴 행렬이 있다 나는 암탉을 키우지 않는다 암탉 한 마리와 나 사이에 순행하는 자연이 있다 암탉이 밀어낸 알들의 차례가 있다 어제의 달걀판은 오늘의 달…
[2023-08-08]풀섶에는 둥근 둥지를 지어놓은 들쥐의 집이 있고나무다리 아래에는 수초와 물고기의 집인 여울이 있다아아 집들은 뭉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으나 높고 쓸쓸하게 흐른다나무다리 위…
[2023-08-01]무슨 단체 모임같이 수런대는 곳에서맨 구석 자리에 앉아 보일 듯 말 듯몇 번 웃고 마는 사람처럼예식장에서 주례가 벗어놓고 간흰 면장갑이거나그 포개진 면에 잠시 머무는미지근한 체온…
[2023-07-25]내일 이 땅에 종말이 온다 해도나는 화성엔 가지 않을 거야거기엔 내 좋아하는 참깨와 녹두콩을 심지 못하므로오늘 핀 도라지꽃 그릴 한 다스 색연필이 없으므로일기책 태운 온기에 손 …
[2023-07-18]한눈팔고 사는 줄은 진즉 알았지만두 눈 다 팔고 살아온 줄은 까맣게 몰랐다언제 어디에서 한눈을 팔았는지무엇에다 두 눈 다 팔아먹었는지나는 못 보고 타인들만 보였지내 안은 안 보이…
[2023-07-11]담 아래 심은 해바라기 피었다참 모질게도 딱,등 돌려 옆집 마당 보고 피었다사흘이 멀다 하고말동무하듯 잔소리하러 오는혼자 사는 옆집 할아버지 웬일인지 조용해졌다모종하고 거름 내고…
[2023-07-04]아픈 아내 멀리 요양 보내고새벽 일찍 일어나쌀 씻어 안치고 늦은 저녁에 사온동태 꺼내 국 끓이다나는 얼큰한 것을 좋아하지만아이 위해 ‘얼’ 빼고 ‘큰’ 하게 끓인다가정의 우환과 …
[2023-06-27]집을 돌았다분꽃을 따 입술에 물고 분꽃을 불면서 돌았다분꽃 꽁무니가 달착지근했다장닭을 불면서 돌았다볏이 불볕 같은 장닭을 불면서 돌았다나도 목을 길게 빼올리고는 꼬끼오도 해보면서…
[2023-06-20]길가에 뜬금없이 떨어진껍데기뿐인 검은 비닐봉지 하나풋풋풋 달겨드는 웃음 채곡채곡 담아웅비하는 새처럼푸하하 날갯짓하며 날아오른다전신주에 걸릴 듯꽃나무에 사뿐 내려앉을 듯몇 굽이 세…
[2023-06-13]세상이 행한 모든 검사 필하였다는 품질보증서혹독했으나 견딜 만은 했지더 이상 살펴볼 것도 없다며 하늘에서 내린 인증마크여기 살다 다른 세상 갔을 때자랑스레 꺼내 보일 입국허가서천…
[2023-06-06]곧 헐릴 집들의불빛이 흘러나오는 언덕길한 가족이 올라간다두 아이가 엄마 손을 나눠 잡았다공터엔 달맞이꽃을 감은 인동초문짝 없는 냉장고터줏대감처럼 앉은 호박아이들의 책가방을 그러쥔…
[2023-05-30]꽃을 피워 밥을 합니다아궁이에 불 지피는 할머니마른나무에 목단, 작약이 핍니다부지깽이에 할머니 눈 속에홍매화 복사꽃 피었다 집니다어느 마른 몸들이 밀어내는힘이 저리도 뜨거울까요만…
[2023-05-23]손바닥으로 방바닥을 훔치다쌀벌레 같은 것이 만져졌다검지로 찍어보니 엄마였다나는 엄마를 잃어버릴까봐골무 속에 넣었다엄마는 자꾸만 밖으로 기어나왔다엄마, 왜 이렇게 작아진 거야엄마의…
[2023-05-16]아들과 함께 나란히 밤길을 걷다가 기도원 앞 다리께서 서로 눈이 맞아 달처럼 씨익 웃는다. 너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안쓰럽다거나 어느새 거칠어진 내 숨소리가 마음 쓰여서만은 아…
[2023-05-09]어제는 슬픔이 하나한려수도 저 멀리 물살을 따라남태평양 쪽으로 가버렸다.오늘은 또 슬픔이 하나내 살 속을 파고든다.내 살 속은 너무 어두워내 눈은 슬픔을 보지 못한다.내일은 부용…
[2023-05-02]사는 일은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국수가 먹고 싶다삶의 모서리에서 마음을 다치고길거리에 나서면고향 장거리 길로소 팔고 돌아오듯…
[2023-04-25]이 봄밤 빗방울이 나를 적신다 생각하면나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이 봄밤 빗방울이 나를 때린다 생각하면나는 누군가를 증오하고 있는 것이다.봄비지만 하늘변죽을 울리며 멀리…
[2023-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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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F· 윌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양상훈 수필가·시인
전병두 서북미수필가협회 회원
신상철 / 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신경립 / 서울경제 논설위원
수잔 최 한미가정상담소 이사장 가정법 전문 변호사
윤민혁 서울경제 실리콘밸리특파원 
장기화되고 있는 연방정부 셧다운 정국에서 저소득층 보충영양지원 프로그램인 ‘SNAP’(푸드스탬프) 지급 차질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주미대사관 강경화 대사와 한인단체장 간의 상견례가 23일 오후 3시 워싱턴 DC의 대사관 회의실에서 열렸다.지난 6일 부임한 강 대사는 한인단…

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4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회동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