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섶에는 둥근 둥지를 지어놓은 들쥐의 집이 있고나무다리 아래에는 수초와 물고기의 집인 여울이 있다아아 집들은 뭉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으나 높고 쓸쓸하게 흐른다나무다리 위…
[2023-08-01]무슨 단체 모임같이 수런대는 곳에서맨 구석 자리에 앉아 보일 듯 말 듯몇 번 웃고 마는 사람처럼예식장에서 주례가 벗어놓고 간흰 면장갑이거나그 포개진 면에 잠시 머무는미지근한 체온…
[2023-07-25]내일 이 땅에 종말이 온다 해도나는 화성엔 가지 않을 거야거기엔 내 좋아하는 참깨와 녹두콩을 심지 못하므로오늘 핀 도라지꽃 그릴 한 다스 색연필이 없으므로일기책 태운 온기에 손 …
[2023-07-18]한눈팔고 사는 줄은 진즉 알았지만두 눈 다 팔고 살아온 줄은 까맣게 몰랐다언제 어디에서 한눈을 팔았는지무엇에다 두 눈 다 팔아먹었는지나는 못 보고 타인들만 보였지내 안은 안 보이…
[2023-07-11]담 아래 심은 해바라기 피었다참 모질게도 딱,등 돌려 옆집 마당 보고 피었다사흘이 멀다 하고말동무하듯 잔소리하러 오는혼자 사는 옆집 할아버지 웬일인지 조용해졌다모종하고 거름 내고…
[2023-07-04]아픈 아내 멀리 요양 보내고새벽 일찍 일어나쌀 씻어 안치고 늦은 저녁에 사온동태 꺼내 국 끓이다나는 얼큰한 것을 좋아하지만아이 위해 ‘얼’ 빼고 ‘큰’ 하게 끓인다가정의 우환과 …
[2023-06-27]집을 돌았다분꽃을 따 입술에 물고 분꽃을 불면서 돌았다분꽃 꽁무니가 달착지근했다장닭을 불면서 돌았다볏이 불볕 같은 장닭을 불면서 돌았다나도 목을 길게 빼올리고는 꼬끼오도 해보면서…
[2023-06-20]길가에 뜬금없이 떨어진껍데기뿐인 검은 비닐봉지 하나풋풋풋 달겨드는 웃음 채곡채곡 담아웅비하는 새처럼푸하하 날갯짓하며 날아오른다전신주에 걸릴 듯꽃나무에 사뿐 내려앉을 듯몇 굽이 세…
[2023-06-13]세상이 행한 모든 검사 필하였다는 품질보증서혹독했으나 견딜 만은 했지더 이상 살펴볼 것도 없다며 하늘에서 내린 인증마크여기 살다 다른 세상 갔을 때자랑스레 꺼내 보일 입국허가서천…
[2023-06-06]곧 헐릴 집들의불빛이 흘러나오는 언덕길한 가족이 올라간다두 아이가 엄마 손을 나눠 잡았다공터엔 달맞이꽃을 감은 인동초문짝 없는 냉장고터줏대감처럼 앉은 호박아이들의 책가방을 그러쥔…
[2023-05-30]꽃을 피워 밥을 합니다아궁이에 불 지피는 할머니마른나무에 목단, 작약이 핍니다부지깽이에 할머니 눈 속에홍매화 복사꽃 피었다 집니다어느 마른 몸들이 밀어내는힘이 저리도 뜨거울까요만…
[2023-05-23]손바닥으로 방바닥을 훔치다쌀벌레 같은 것이 만져졌다검지로 찍어보니 엄마였다나는 엄마를 잃어버릴까봐골무 속에 넣었다엄마는 자꾸만 밖으로 기어나왔다엄마, 왜 이렇게 작아진 거야엄마의…
[2023-05-16]아들과 함께 나란히 밤길을 걷다가 기도원 앞 다리께서 서로 눈이 맞아 달처럼 씨익 웃는다. 너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안쓰럽다거나 어느새 거칠어진 내 숨소리가 마음 쓰여서만은 아…
[2023-05-09]어제는 슬픔이 하나한려수도 저 멀리 물살을 따라남태평양 쪽으로 가버렸다.오늘은 또 슬픔이 하나내 살 속을 파고든다.내 살 속은 너무 어두워내 눈은 슬픔을 보지 못한다.내일은 부용…
[2023-05-02]사는 일은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국수가 먹고 싶다삶의 모서리에서 마음을 다치고길거리에 나서면고향 장거리 길로소 팔고 돌아오듯…
[2023-04-25]이 봄밤 빗방울이 나를 적신다 생각하면나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이 봄밤 빗방울이 나를 때린다 생각하면나는 누군가를 증오하고 있는 것이다.봄비지만 하늘변죽을 울리며 멀리…
[2023-04-18]넓은 땅 필요치 않아,엉덩이 하나 걸칠 자리면 충분하지보도블록 틈새면 어떻고아스팔트 갓길이면 어때겹겹이 접어 온 마음꽃대 속에 한 톨도 남겨두지 않고지상을 환하게 밝혀보길 잘했어…
[2023-04-11]무금선원 뜰 앞 늙은 느티나무가올해도 새순 피워 편지를 보내왔다내용인즉 별것은 없고세월 밖에서는태어나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이말만 다를 뿐 같은 것이라는 말씀그러니 가슴에 맺힌결석…
[2023-04-04]늦은 점심으로 밀국수를 삶는다펄펄 끓는 물속에서소면은 일직선의 각진 표정을 풀고척척 늘어져 낭창낭창 살가운 것이신혼적 아내의 살결 같구나한결 부드럽고 연해진 몸에동그랗게 몸 포개…
[2023-03-28]산청 응달에도 꽃이 피고 산청 무덤에도 꽃이 핀다 얼어붙었던 산청 개골창에도 꽃이 핀다 산기슭 한 뭉텅이가 풀썩, 무너져 내린다 송장 마다하는 땅이 어딨누 송장 마다하는 땅이 어…
[2023-03-21]네오집스가 애틀랜타에 갑니다!안녕하세요? 미국 부동산 네오집스입니다.미국 부동산,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까요?애틀랜타는 지금 주목해야 할 지역일까요?미국 부동산 시장의 흐름부터 애틀랜타 지역의 최신 동향까지!부동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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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뉴욕한인회관 6층 공간에 대한 비영리 면세혜택이 박탈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특히 면세혜택 박탈로 인해 앞으로 연간 10만달러 이…
지난 25일 조지 메이슨 대학에서 열린 컴퓨팅 스쿨 명명 기념행사에 참석한 키미 두옹과 남편 롱 응우엔 씨 부부.베트남 패망 후 보트피플로 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됐다.이에 따라 이 …